와타오시 2부(5권)까지 다 읽었습니다. 불호 후기. 최악의 혁명물, 그럭저럭 괜찮은 백합물, 요상한 SF
불호 후기다보니 제대로 쓰려면 다시 한번 읽으면서 써야할 텐데
도저히 그렇게 써줄 시간이 없어서 간단하게 대체합니다.
그냥 기억나는대로 쓰는 거라서 스토리가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일단 저는 재패니즈 1차 백합으로 소비하는 사람입니다.
보통 유리히메 작가들의 코믹스, 좁디 좁은 상업 백합게임을 주로 처먹습니다. 한국의 (백합/GL 포함)웹소설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일본의 라노벨판도 잘 모릅니다. 제대로 읽어본 작품은 1개도 없고 적당히 트위터에서 희화화되는 분위기만 아는 편입니다. 특히 악역영애물~회귀물은 정말 잘 모를뿐더러 취향에도 안 맞습니다.
이거 깔고 가는 이유가 제가 하는 말이 장르판에서 보면 다 개1소리일 수도 있어서 그렇습니다... 감안하고 보십시오.
백합물로서는 그럭저럭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백합 모르는 사람들이 유행한답시고 그냥 백합 가져다가 쓰면 특유의 역함이 있는데 와타오시는 그런 면은 없습니다.
인물들의 캐릭터가 단순하고 일편적인 점이 있긴 합니다만
그냥 백합물로서는 크게 걸리는 거 없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레즈비언 커플 보고 하악하악 거리는 유리부타(백합오타쿠) 포지션 캐릭터가 없는 게 한몫합니다.
모든 인물이 '오타쿠'가 아닌 '레즈비언'이라서 명확하게 스스로가 '한 인물의 여성'에게 성적끌림을 느끼는 게 좋습니다.
진짜 여자를 여캐로 보면서 흥분하는 백합오타쿠 캐릭터 전부 처형해야 함.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퀴어적 요소가 직접적으로 들어간 것도 장점입니다.
레즈비언(동성애)은 당연하고,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성별이 바뀌는 판타지 세계의 병'이라는 요소로 이를 꽤 재밌게 풀어냅니다.
이분별적인 성별에 대한 인식이나(남->녀, 녀->남으로 바뀌는 병이 있다는 설정부터가...)
「남녀 이분법적 성별개념을 완전히 부정할 생각은 없다. 사람들 속에 분명히 존재하는 생물학적인 차이를 조정해온 위대한 개념임은 틀림없으니까.」같은 개소리가 있긴 합니다. (너무 개소리라서 따로 메모해둠)
작가님이 시스여성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트렌스젠더 당사자인지도 잘 모르겠ㅅㅂ니다. (오타아님)
일본인 특인지 자꾸 이상한 중립기어를 박는 게 너무 이상합니다.
차라리 말을 하지 마 입을 막아
그래도 말이라도 한다는 점에서 점수를 줘야 하는 현실이 존나 개탄스럽지만 점수를 드려야겠죠.
왜냐면 백합러 아닌, 라노벨만 읽는 네이버 블로그 오타쿠들의 와타오시 후기를 봤더니 "직접적으로 동성애 언급되어서 역했다" 같은 개1소리를 또 봐서요.
2020년대에 이딴 개소리들을 봐야 한다니 정말 힘이 듭니다.
혁명/정치물로서는 정말 형편이 없습니다.
제발 레미제라블 영화라도 봐보시길 바랍니다.
저도 혁명이나 정치물을 많이 보진 않았습니다. 즐기는 편도 아니고요.
하지만 와타오시는 최소한의 설득도 실패했습니다.
물론 와타오시 보는 사람들이 혁명/정치물을 보려고 펼치는 거 아니란 거 압니다.
근데 그냥 악역귀족영애와 평민의 신분차이 사랑으로도 진행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대서사시를 넣을 거면 최소한 조사라도 좀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1장(1-2장)의 기본 내용은 귀족과 평민 간의 빈부 격차가 엄청 벌어졌고, 이로 인해 혁명이 일어납니다.
아마 '마법'의 등장과 '능력주의 정책'도 혁명의 이유가 되긴 했겠죠?
근데 이 혁명을 이끄는 쿠데타군이 나오는데 여기 우두머리가 몰락귀족입니다.
혁명의 이유는 자신을 몰락시킨 귀족 가문한테 복수하려고 그러고요.
하ㅋㅋ... 혁명이 장난이야?!
와타오시는 혁명/전쟁처럼 정치적 대립, 이념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요소가 나오는데도 좀... 괴상할 정도로 이러한 요소를 빼고 갑니다.
'스파이패밀리'도 가벼운 작품 분위기를 목표로 하고 있어서 장난스럽게 다뤄지긴 하지만, 엄연히 '냉전'이라는 요소를 끌고 오는 만큼 뭉뚱그리더라도 정치적인 이야기나 테러범들의 이념/사상이 나오는데
와타오시는 걍... 없습니다.
혁명도 전쟁도 걍 하는 거임.
정말... 빈수레처럼 "혁명 무조건 좋다, 민주주의 만세! 평민이 짱!" < 하는 흐름이 느껴집니다.
이건... 작품 분위기, 라노벨의 특성... 이라고 보기엔 너무 내용이 없지 않습니까??
민중에 의한 혁명을 자처하는데도 '민중 대표' 캐릭터가 남캐 1명 나오는데
그마저도 귀족한테 해꼬지 당해서 혁명에 불을 붙이는 인물로만 등장합니다. (이 뒤의 활약이 없음)
클레어 처형 때, 좌지우지 되는 민중의 묘사가 기만적이라고밖에 하...
클레어가 무료로 급식 나눠줬으니까 착한 인물이다...?
그리고 민중 한 명 한 명 가리키면서 "너는 '다수'가 아닌 '개인'일 때도 클레어 님을 욕할 수 있어?!"라고 하는 레이도 걍 어이없습니다.
혁명 이전에 계몽주의가 왜 선행됐는지 모르는 겁니가???????????????
걍 민중이 여기저기 목소리 큰 새끼한테 끌려다니는 걸로 표현한 게 진심 민주사회 시민으로서 불쾌할 뿐입니다...
2장은 주인공네 옆나라인 '나 제국'이 무력 전쟁으로 속국 만들고 다니는 걸 막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들이 볼모로서 나 제국으로 가는데요.
정말정말 정치적인 싸움이 예상되는 국면 아닙니까???
근데 뭐 잘 안 됐고요...
문제는 나 제국을 묘사하는 텍스트입니다.
「제국의 속국이 된 나라의 지배계층은 능력주의를 싫어하지만, 의외로 피지배계층 사람들에겐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능력이 있는데도 빛을 못보던 인재들로선 조국이 제국에 복속되는게 오히려 희소식이나 마찬가지인 경우도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런 케이스도 있었다는 거지, 모두가 다 그렇게 생각한 건 당연히 아니지만.」
「"저도 옛날엔 제국에 반발했습니다. 저는 남쪽의 시시라는 나라의 출신인데 처음 속국이 되었을 때는 데모나 반대운동에 뛰어들었지만 금방 잦아들었습니다. 시시의 귀족들보다 제국의 치세가 훨씬 살기 더 좋았기 때문입니다."」
아 진심??
한국인들아 정말 와타오시가 한국에서 흥한 게 맞냐????
진심??????????
전 여기서 정말 빡1돌고 말았습니다...
최종적으로 제국의 황제가 내려오고, 다른 황제가 이 속국들을 독립시켜주긴 하지만.
정말 이거 한 줄 나옴...
와타오시의 문제점 중 하나는 악역을 만드는 걸 굉장히 두려워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최대 악역(뭐 못된 아저씨 있음)에는 힘을 빡 줘서 '얘가 다 원흉임!!'이라고 외치는데
나 제국의 황제도 그렇고, 하다못해 주연인 클레어도 그렇고...
나쁜 점이 분명한 캐릭터도 '선역'이라면 그 나쁜 점을 정확하게 지적하지 못합니다.
황제는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고, 클레어는 '악역영애'인데도
그녀들이 "나쁘지 않아! 착해!" 라고 말하는 데에 너무 많은 힘을 씁니다.
화끈하게 못된 면을 보여주고, 사실 이런 면도 있어... 하는 게 더 효과적인데 이건 작가 역량 부족이 맞습니다.
'나 제국의 능력주의가 속국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좋게 작용했다' 라는 텍스트를 넣어서 황제는 나쁘지 않다고 말하고자 한 것 같은데
저는... 한국인이라서요...................
최종적으로는 SF소설이었는데요... 흠... 뭐 이 반전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설득력이 있진 않았는데
걍 오오하시 레이(마왕)가 진짜 개좋아서 이정도 후반부 오니까 'ㅎㅎ 좋다' 라고 할 뇌세포만 살아남았거든요.
백합적으론 나쁘지 않습니다.
혁명물로서는 최악입니다.
SF로서는?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