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데가 받은 리처드 그린의 유언장 (519화~529화 스포) 리처드다운 글이라 너무 슬프고 감동 그 자체...
리처드가 언제 유언장을 갱신했던 건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전투 때까지도 리처드는 힐데에게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계속 걸어가라>였던 거잖아. 만약 더 오랜 시간 힐데랑 함께 했다면 다시 갱신됐겠지만 어쨌든 저 시기까지는 그러했다는 건데, 어쨌든 그 조언은 리처드가 크리처이지만 그의 후배이고 블랙배저로 인간과 함께 살기를 선택한 힐데에게 가장 마지막에 남겨주고 싶은 말이었던 거니까..
솔직히 나는 작중에서 내내 리처드는 속마음이 어쨌든... 겉으로 보기엔 정말 다른 배저들과 공평하게 힐데를 대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서, 다른 배저 선임들이 조금씩 힐데와 힐데의 타이탄들을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리처드도 힐데와 함께 전투를 하고, 코어밖 타이탄들과 전쟁하면서 그의 속도로 힐데를 받아들여 왔으리라 보는데
리카르도도 소피아도 과거를 돌아봤을 때 힐데처럼 우선 순위를 두고 소중한 사람을 희생하고, 그걸 직접 결정하고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혈우의 심장을 찌르고 그럴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듯이 아마 리처드도 힐데를 보면서 힐데 자체를 믿고, 배저들 앞에서 전시당한 그의 과거의 상처들을 통해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그래서 리처드답게 군더더기 없이 짧은 유언을 남긴 게 아닐까...
리처드가 유언장을 갱신했을 때가 언제인진 몰라도
힐데가 어떠한 방해를 받고 있고, 그것 때문에 죽음을 가장한 것
힐데가 카일과의 결판을 내기 위해 그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
여기서 어디까지 알고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힐데가 어떠한 이유로 동족들과 등지고 인간의 편에 서서 그 전쟁을 끝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목숨 걸고 싸우고 있음을 리처드도 알고 있었으니까 크리처와의 전쟁에서 리처드가 먼저 하차하게 되더라도 너는 네 길에 확신을 갖고 끝까지 나아가라고
그리고 그것으로 종지부를 찍으려 하지 말고 새로운 시작으로 걸어가라고.
가장 최초의 순간 크리처와 맞섰던 이에게 마지막 순간 받는 배려와 애정섞인 조언.
타이탄이란 정체성을 가진 힐데베르트를, 리처드 나름대로 받아들이고 그가 묵묵히 지켜보며 등을 밀어줘야 할 제 후임, 전우로 여겼음을 드러내주는 대목 같아서 그게 너무 좋아..
힐데에 대해 TF같은 선임들보다 잘 몰랐을 거면서, 힐데가 미래를 꿈꾸는 것은 마땅히 네가 해야할 의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라는게... 너무 슬픔.... 유언장을 열게 되지 않았다면 직접 힐데를 굴려서라도 잡생각 못하게 했을 것 같은 남자긴 한데ㅋㅋㅋ 그래도 유언장을 열지 않는 것이 좋았겠지요... 리처드 그린이라는 남자의 진심을 명확한 언어로 알지 못했더라도...